"약국에서의 아름다운 순간" 공모전 대상 (57회 강신정)

약사공론에서 주최한 제8회 "약국에서의 아름다운 순간" 공모전에 사진을 출품하여 대상을 받았습니다. 우연히 사진 공모전을 보았습니다. 출품자 100명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 교환권을 준다는 미끼에 도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대상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출품하면서 적은 글입니다.

2020.01.21

혹시 사진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 적이 있는지요? 며칠 전 우연히 약사공론에서 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진 공모전를 보았습니다. 출품자 100명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 교환권을 준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대상은 100만원이라는 거금이었지만, 돈에 관심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집을 살 때도 그렇습니다. 1억 정도의 돈이 있다면 2-3억 하는 집은 거들떠보지 않지 않습니까? 구경을 했더라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현실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억 2-3천만원 정도 하는 집을 둘러보고 나면 눈에 어른거립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커피 한잔은 마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남산을 산책하고 내려오는 길에 아내에게 으스대며 커피 한잔은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선 사진의 개념부터 잡았습니다. 깨끗한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잔, 약포지에 놓은 색이 선명한 약, 그리고 시계를 동시에 찍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욱이 하얀 배경에 시계와 약이 강조되면, 약은 제시간에 복용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응모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아 소품을 바로 준비를 했습니다. 다이소에 가서 적당한 물컵을 샀습니다.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고장 난 시계도 찾았습니다. 문방구에 가서는 흰 도화지를 구하였고, 복용하고 있는 영양제 등 몇 가지 약도 준비했습니다.

흰 종이 위에 약과 시계, 물잔을 놓고 전기스탠드를 조명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상상하던 사진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체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유리컵 안에 물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종이의 굴곡진 음영으로 지저분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문득 정물 사진 촬영 방법을 기술한 글이 떠올랐습니다. 책꽃이에 사진 관련 책을 모두 꺼내어 뒤지었습니다.

아크릴판과 두개의 조명기구가 필요했습니다. 피사체를 올릴 하얀 아크릴판과 피사체의 아래와 위에서 발광하는 두 개의 플래시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카메라의 셔터를 눌릴 때 플래시가 동시에 순간적으로 빛을 터지게 하는 동조시스템도 장착되어야 했습니다. 그뿐 아니었습니다. 플래시를 감싸 발광 되는 빛을 부드럽게 하는 소프트박스, 이들을 세우는 스탠드도 갖추어야 했습니다. 아예 사진 응모를 포기해버렸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우연히 공모전 기사를 다시 보게되었습니다. 응모마감 날짜가 연기되어 있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한 번 더 도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을 구상했습니다. 환자에게 약을 건네면서 복약지도하는 약사의 모습이 연상되는 사진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손 부분을 클로즈업한 구도라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한쪽 손에는 약을 얹고, 다른 한 손에는 시계가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흰까운의 팔소매도 살짝 보이도록 했습니다. 마침 사진을 찍을 때 햇살이 들어왔습니다. 배경은 어둡고 손은 밝게 나와 약을 복용하면 바로 쾌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목을 "약은 시간과의 약속입니다"라고 정했습니다.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음달 공모전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태원 거리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아내와 커피 마시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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